호랑이 형님 – 호랑이가 보여주는 도리와 예절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깊은 산 속 떡갈나무 아래에 어미 잃은 아기 호랑이 삼 형제가 살았습니다. 덩치는 산만했지만, 아직 어려 어리광만 부리는 아이들이었죠. 어느 날, 배가 너무 고팠던 막내 호랑이가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형님, 배고파요. 뭐 먹을 거 없어요?"
씩씩한 첫째 호랑이가 동생들을 달랬습니다. "울지 마라. 내가 가서 먹을 것을 구해 오마."
둘째 호랑이도 거들었습니다. "그래, 형님만 믿고 기다려. 금방 맛있는 걸 구해 오실 거야."
첫째 호랑이는 떡갈나무 숲을 헤치며 먹을 것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숲에는 열매 하나, 짐승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굶주린 터라 힘이 쭉 빠진 첫째 호랑이는 풀썩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굶어 죽는 건가… 동생들은 어쩌고…"
첫 번째 만남: 은혜를 갚는 까치
그때, 어디선가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첫째 호랑이 곁에 앉았습니다. "호랑이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이십니까?"
첫째 호랑이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쓰러졌소.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구할 수가 없구려."
까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까치는 첫째 호랑이를 어느 농가 마당으로 안내했습니다. 마당에는 탐스러운 볏짚 단이 쌓여 있었고, 까치는 볏짚 단 속에서 쌀알을 부지런히 물어다 첫째 호랑이에게 건넸습니다.
"이 쌀알로 죽을 끓여 드십시오. 당분간은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겁니다."
첫째 호랑이는 까치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정말 고맙소, 까치. 덕분에 동생들과 굶어 죽지 않게 되었소."
까치는 쌀알을 더 물어다 주며 말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호랑이님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어려서 덫에 걸려 죽을 뻔했을 때, 호랑이님께서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갚는 것뿐입니다."
첫째 호랑이는 까치의 말에 감동했습니다. "내가 그런 적이 있었던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네가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첫째 호랑이는 까치가 준 쌀알을 가지고 떡갈나무 아래로 돌아왔습니다. 동생들은 형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쌀알로 죽을 끓여 동생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 정직한 나무꾼
며칠 후, 다시 먹을 것이 떨어진 첫째 호랑이는 또다시 숲으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깊은 계곡 근처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하고 있는 나무꾼을 발견했습니다.
"나무꾼 아저씨, 혹시 먹을 것을 조금만 나눠 주실 수 있으신가요? 며칠을 굶었더니 힘이 하나도 없네요."
나무꾼은 호랑이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호랑이님, 저는 가난한 나무꾼이라 변변한 음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아침에 싸 온 주먹밥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걸 드리겠습니다."
나무꾼은 주먹밥을 호랑이에게 건넸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주먹밥을 받아 들고 나무꾼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정말 고맙소, 나무꾼. 덕분에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면할 수 있게 되었소."
나무꾼은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첫째 호랑이는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나무꾼 아저씨는 호랑이가 무섭지 않으신가요?"
나무꾼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정직하게 나무를 해서 살아갑니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호랑이가 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나무꾼의 정직함에 감탄했습니다. "나무꾼 아저씨는 참으로 정직하고 착한 분이시군요. 저는 아저씨를 해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아저씨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나무꾼에게 자신이 사는 곳을 알려주며 말했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멧돼지가 자주 나타납니다. 멧돼지가 나타나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제가 멧돼지를 잡아다 드리겠습니다."
나무꾼은 호랑이의 제안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 후로 멧돼지가 나타날 때마다 호랑이에게 알렸고, 호랑이는 멧돼지를 잡아다 나무꾼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나무꾼은 호랑이 덕분에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 효심 깊은 소녀
어느 날, 첫째 호랑이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소녀는 낡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아가야, 어디서 왔느냐? 왜 이렇게 숲 속에서 헤매고 있느냐?"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이입니다. 어머니께서 드실 약초를 구하러 왔는데,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소녀의 효심에 감동했습니다. "나는 호랑이다. 너를 해치지 않을 테니 안심하거라. 내가 너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
첫째 호랑이는 소녀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험했지만, 첫째 호랑이는 묵묵히 걸었습니다. 마침내 소녀의 집에 도착한 첫째 호랑이는 소녀를 내려놓았습니다.
소녀는 호랑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말했습니다. "호랑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첫째 호랑이는 소녀의 어머니에게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병색이 짙었지만, 호랑이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정말 고맙소. 우리 아이를 무사히 데려다 주셔서… 복 받으실 거요."
첫째 호랑이는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의 효심에 감동했다. 앞으로 너희 가족을 지켜주겠다."
그 후로 첫째 호랑이는 소녀의 집 근처를 지키며 맹수와 도둑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소녀와 어머니는 호랑이의 보호 덕분에 편안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호랑이 삼 형제는 숲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굶주림과 위험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은혜, 정직함, 효심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랑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숲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호랑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 도리와 예절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서로 돕고, 은혜를 갚고, 정직하게 살아가며, 효를 다하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호랑이 형님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