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부탁해 – 설상록
설상록 작가의 장편소설 "호랑이를 부탁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져가는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018년 출간된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지내는 존재들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숲의 수호자, 늙은 호랑이
이야기는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 무릉골에서 시작됩니다. 무릉골은 댐 건설 예정지로,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에는 늙은 호랑이가 나타나 가축을 해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호랑이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숲의 마지막 주인인 호랑이의 존재를 안타까워합니다.
늙은 호랑이는 과거 인간들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칩니다. 하지만 늙고 병든 몸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인간들의 추격은 점점 더 거세지고, 호랑이는 점점 더 깊은 절망에 빠져듭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대
무릉골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갑니다.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노부부, 도시에서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사진작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늙은 호랑이의 존재를 통해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 그리고 앞으로 잃게 될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작가 ‘나’는 늙은 호랑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댐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는 호랑이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노부부는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삶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도시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청년은 고향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댐 건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이들은 늙은 호랑이를 매개로 서로 연대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그들의 노력은 댐 건설을 막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희망의 씨앗
결국 댐 건설은 강행되고, 무릉골은 물에 잠깁니다. 늙은 호랑이는 인간들의 손에 잡혀 동물원으로 옮겨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늙은 호랑이의 죽음은 단순히 슬픈 결말이 아닙니다. 그의 존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자연 보호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키는 씨앗이 됩니다.
소설은 댐 건설 이후에도 무릉골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늙은 호랑이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마무리하며
"호랑이를 부탁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설상록 작가는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가 잊고 지내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