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 에르난 디아스

에르난 디아스의 소설 "트러스트"는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 그리고 진실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시에 논란과 의문에 휩싸이며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 속 네 개의 시선

"트러스트"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분은 서로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구조는 독자에게 진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1. "채권": 벤자민 러스크를 모델로 한 앤드루 베벨이라는 금융 재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익명으로 출판된 이 소설은 베벨의 삶과 성공을 극적으로 묘사하지만, 그의 아내 헬가를 냉정하고 불안정한 인물로 그려내 논란을 일으킵니다.

2. "나의 인생": 앤드루 베벨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잡기 위해 자서전을 쓰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베벨은 자신의 성공을 정당화하고, 아내 헬가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은 종종 왜곡되고 편집되어 진실을 가립니다.

3. "기밀 유지": 앤드루 베벨의 비서였던 아이다 파르티난츠의 회고록 초고입니다. 아이다는 베벨의 자서전 대필 작가로 고용되어 그의 삶을 조사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는 베벨의 성공 뒤에 가려진 추악한 비밀과 헬가의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4. "미래를 기억하며": 헬가의 일기장입니다. 이 일기장을 통해 독자는 헬가가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았다는 베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었으며, 베벨에 의해 억압받고 소외되었습니다.

돈, 권력, 그리고 진실의 게임

"트러스트"는 돈과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지 보여줍니다. 앤드루 베벨은 막대한 부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아내 헬가를 희생양으로 만듭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역사를 다시 쓰고, 진실을 숨깁니다.

아이다는 베벨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녀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직면합니다. 소설은 돈과 권력이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헬가의 일기장은 진실을 찾기 위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침묵당했지만, 일기장을 통해 독자는 그녀의 고통과 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 숨겨진 질문들

"트러스트"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고 왜곡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제기하며 독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소설은 또한 기억의 불완전성과 주관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 등장인물은 자신의 시각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해석하며, 이는 종종 서로 모순됩니다. 독자는 이러한 모순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혼란과 의문을 느끼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에게 진실의 본질과 기억의 주관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사회적 힘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지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진실을 판단하고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