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의 충절 – 백제에서 아내의 정절을 시험한 이야기
삼국사기 열전에는 수많은 영웅호걸과 충신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가 바로 ‘도미의 충절’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남자의 아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정절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백제 시대의 감동적인 설화입니다.
도미 부부의 삶
도미는 백제 개루왕 시대의 평민으로, 그의 이름은 굳셀 ‘굳’ 자에 맛 ‘미’ 자를 사용했습니다. 그는 가난했지만, 성품이 강직하고 의리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정숙하고 현명한 여인이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왕의 그릇된 욕망
개루왕은 도미 아내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왕은 그녀를 몰래 탐하려는 음흉한 마음을 품고 신하를 보내 도미를 불러들였습니다. 왕은 도미에게 "부인은 본디 남의 아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과인이 그대를 시험하여 부인을 맞이한다면 어찌하겠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도미는 단호하게 "신은 비록 미천하지만, 부인의 굳은 절개를 믿습니다. 왕께서 비록 그러한 일을 하신다 해도, 부인은 결코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도미의 곧은 답변에 왕은 더욱 음흉한 계략을 세우게 됩니다.
왕의 간악한 시험
왕은 도미를 옥에 가두고, 그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가짜 사자를 보내 도미의 아내에게 "왕께서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후궁으로 삼고자 하신다. 어서 입궐하라."고 전했습니다.
남편이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긴 도미의 아내는, 왕의 강압적인 명령에 더욱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그녀는 사자에게 "지금은 월경 중이라 몸이 부정하니, 며칠만 말미를 주시면 목욕재계하고 입궐하겠습니다."라고 간청했습니다.
사자는 그녀의 말을 믿고 기다렸고, 도미의 아내는 몰래 계집종으로 변장하고 남편이 갇힌 옥으로 향했습니다.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도미의 아내는 남편을 찾아 밤중에 옥에 도착했습니다. 눈이 먼 남편을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며, 뱃길로 탈출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업고 험한 길을 걸어 뱃사공을 찾아갔습니다. 뱃사공은 이들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흔쾌히 배를 내어주어 둘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도미 부부는 고구려로 망명하여 가난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비록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고생했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았습니다.
도미 설화의 의미
도미 설화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 한 여인의 용기와 지혜를 보여줍니다. 또한,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는 부부의 깊은 사랑과 믿음을 강조하며, 진정한 인간의 가치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정신적인 고결함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마무리하며
도미와 그의 아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물질적인 가치에 현혹되어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아갑니다. 도미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 믿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가르침을 선사합니다. 이 설화를 통해 우리는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