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의 전설 – 불타는 사랑 때문에 귀신이 된 지귀 이야기
지귀의 전설 – 불타는 사랑 때문에 귀신이 된 지귀 이야기

지귀의 전설 – 불타는 사랑 때문에 귀신이 된 지귀 이야기

신라 시대, 깊고 푸른 숲과 고요한 사찰이 어우러진 경주에는 애절하고 기이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바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지귀의 전설’이다. 뜨거운 짝사랑의 열병을 앓다 귀신이 되어버린 남자, 지귀의 슬픈 운명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귀, 선덕여왕을 훔쳐보다

지귀, 선덕여왕을 훔쳐보다

이야기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선덕여왕이 황룡사 행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화려한 가마에 둘러싸인 여왕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빛이 났고, 길가에 엎드려 있던 백성들은 감히 얼굴을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중 유독 한 남자, 지귀는 달랐다. 그는 여왕의 아름다운 자태에 홀린 듯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첫눈에 여왕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지귀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타올랐다. 신분의 차이를 망각한 채, 그는 오직 선덕여왕만을 갈망하게 되었다.

사랑의 열병, 몸을 태우다

사랑의 열병, 몸을 태우다

지귀는 이후에도 몰래 여왕을 훔쳐보며 애끓는 마음을 키워갔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백성이었고, 여왕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절망감은 점점 그의 정신과 육체를 잠식해갔다.

지귀는 밤낮으로 여왕의 모습만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운 그는 마치 불에 타는 듯 뜨거운 열병에 시달렸다. 그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고, 정신은 점점 더 혼미해져 갔다.

귀신이 된 지귀, 불길을 몰고 다니다

귀신이 된 지귀, 불길을 몰고 다니다

결국 지귀는 짝사랑의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게 되었다. 선덕여왕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은 그의 영혼을 귀신으로 만들었고, 그가 앓았던 사랑의 열병은 불길이 되어 나타났다.

사람들은 지귀가 죽은 후,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집과 건물을 태워버렸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지귀의 원념 때문이라고 믿게 되었다. 지귀는 죽어서도 선덕여왕을 잊지 못하고, 불길을 몰고 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로 승천하다

부처님의 가피로 승천하다

선덕여왕은 백성들이 지귀의 원념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지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황룡사에서 큰 불사를 열고, 지귀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여왕의 진심 어린 기도에 감응한 부처님의 가피가 내려, 지귀의 원념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귀는 더 이상 불길을 일으키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의 영혼이 마침내 편안하게 승천했다고 믿었다. 선덕여왕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부적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 부적에는 ‘지귀’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는 지귀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의 원념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무리하며

지귀의 전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한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죽어서까지 이어지는 원념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동시에 선덕여왕의 자비로운 마음과 부처님의 가피는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지귀의 이야기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인간의 깊은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전설로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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