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젤과 소다수 – 고선경
고선경 작가의 소설 "샤워젤과 소다수"는 상실과 애도, 그리고 회복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인해 삶의 균형을 잃은 주인공 ‘나’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고선경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합니다.
엇갈린 기억, 흔들리는 일상
소설은 주인공 ‘나’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혼란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과거의 기억들이 뒤섞이며 ‘나’는 현실과 망상 사이를 헤매는 듯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샤워젤 향, 소다수의 청량함 등 익숙했던 감각들은 오히려 ‘나’를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끌어당기며 슬픔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나’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고, 이는 관계의 단절, 무력감, 그리고 자기혐오로 이어집니다.
‘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뜻밖의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과거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 오래된 편지, 그리고 ‘나’조차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취미 활동 등은 ‘나’에게 혼란을 야기합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충격에 빠집니다.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는 여정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나’는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은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잊고 싶었던 기억들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가 됩니다.
‘나’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던 사람들을 만나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버지의 숨겨진 모습, 그의 고뇌, 그리고 그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알아가면서 ‘나’는 아버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위로를 얻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합니다.
소설 속에서 ‘샤워젤’과 ‘소다수’는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샤워젤은 아버지와의 행복했던 한때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며, 소다수는 청량함과 동시에 덧없이 사라지는 기억의 속성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징적인 오브제들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상실을 넘어, 다시 시작하는 삶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아버지의 삶을 통해 배운 교훈과 과거의 기억들은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나’는 자신을 옭아매던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고선경 작가는 "샤워젤과 소다수"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숙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마무리하며
"샤워젤과 소다수"는 단순히 슬픔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상실을 통해 성장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선사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고선경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과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샤워젤과 소다수"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