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 (요한복음 13장)
예수님의 생애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겸손, 사랑, 그리고 섬김의 본질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요한복음 13장에 기록된 이 사건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만찬 자리의 분위기
유월절 만찬을 위해 제자들이 모였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감돌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알고 계셨고,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고자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문화에서 발을 씻는 일은 종이나 하인이 하는 가장 낮은 일로 여겨졌습니다. 만찬 자리에는 발을 씻을 사람이 없었고, 제자들은 서로의 발을 씻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섬김 시작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보시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셨습니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하셨습니다. 스승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모습은 당시 사회 통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은 제자들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베드로의 저항과 예수님의 가르침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차례가 왔을 때, 베드로는 "주님,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감히 스승이 자신의 발을 씻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저항을 잠재우셨습니다. 베드로가 계속해서 거부하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베드로는 당황하여 발뿐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몸을 씻은 자는 발만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시며, 그의 과도한 반응을 진정시키셨습니다.
섬김의 본을 보이시다
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신 후, 예수님께서는 다시 옷을 입으시고 자리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행한 행동의 의미를 설명하시면서, 서로 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발 씻김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겸손과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는 삶의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유다의 배신 예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동안, 그들 중 한 명이 자신을 배신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시지는 않았지만, 제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악한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배신을 미리 아셨지만, 그에게도 마지막까지 사랑과 기회를 주셨습니다.
마무리하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사건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 진정한 크기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섬김은 단순히 의무적인 봉사가 아니라, 사랑과 겸손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본을 따라 서로를 섬기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고, 서로를 존중하며 섬기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발 씻김 사건은 우리에게 섬김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는 삶을 살도록 격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