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 홍한별

홍한별 작가의 소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단순한 해양 생태 소설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자연 파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흰고래 ‘백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겨줍니다.

사라져가는 존재, 흰 고래 백이

소설의 주인공 백이는 희귀한 흰색을 가진 벨루가 고래입니다. 그는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찬 포경선에 쫓기며 가족을 잃고, 홀로 깊은 바다를 헤매게 됩니다. 백이의 삶은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과 환경 파괴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특히 백이의 흰색은 순수함과 희망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쉽게 눈에 띄어 더욱 위험에 노출되는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그 그림자

소설은 백이를 쫓는 포경선 선장 ‘에이해브’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에이해브는 흰 고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에이해브의 광기는 결국 파멸을 불러오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희망을 노래하는 작은 존재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소설은 희망의 메시지를 잃지 않습니다. 백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해양 생물들과 교감하며 연대하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백이를 돕는 작은 물고기 ‘플랑크톤’은 미약하지만 끈기 있는 존재로, 백이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플랑크톤의 존재는 작지만 중요한 역할, 그리고 연대의 힘을 상징하며, 독자들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줍니다.

멸종 위기, 현실이 된 이야기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벨루가 고래는 실제로 북극해와 그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참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해양 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벨루가 고래의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보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소설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백이의 여정, 우리의 숙제

백이는 끊임없이 위협에 직면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흼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의 여정은 우리에게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보호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백이의 이야기는 깊은 슬픔과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숙제를 남깁니다.

마무리하며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아름다운 문체와 생생한 묘사로 독자들을 깊은 바다 속으로 이끌어 갑니다. 홍한별 작가는 백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연 파괴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동시에 희망과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천을 촉구하는 소중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