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 펜과 잉크병 – 창작의 공을 다투는 이야기.
안데르센 동화에는 삶의 희로애락과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깃 펜과 잉크병’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우화입니다. 창작의 도구인 깃 펜과 잉크병이 서로 자신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다투는 이야기를 통해, 창작의 본질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책상 위에 깃 펜과 잉크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깃 펜은 날렵하고 세련된 자태를 뽐내며 자신이 글을 쓰는 주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잉크병은 묵묵히 검은 잉크를 담고 있는 자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어느 날, 깃 펜이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없으면 아무 글도 쓸 수 없어. 내 뾰족한 끝에서 아름다운 글자들이 쏟아져 나오지. 너는 그저 검은 물을 담고 있을 뿐이잖아?"
잉크병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날카롭고 멋있어도, 내 잉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어. 네가 글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내 잉크 덕분이지."
깃 펜은 발끈하며 소리쳤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종이 위를 미끄러지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야. 너는 그저 내 도구일 뿐이라고!"
잉크병도 지지 않고 맞섰습니다. "도구라고?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 쓸모도 없는 깃털 조각에 불과해. 내 검은 잉크가 네 생명을 불어넣는 거라고!"
다툼의 심화
깃 펜과 잉크병의 다툼은 점점 격렬해졌습니다. 깃 펜은 자신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문장들을 자랑하며 잉크병을 깎아내렸습니다. 잉크병은 자신이 없으면 깃 펜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깃 펜을 무시했습니다.
서로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중요성만 내세우는 깃 펜과 잉크병의 모습은 점점 보기 흉해졌습니다. 그들의 다툼은 밤낮으로 이어졌고, 책상 위는 늘 시끄러웠습니다.
어느 날, 주인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는 깃 펜을 잉크병에 담그려 했지만, 잉크병은 깃 펜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잉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깃 펜 역시 잉크병에게 차갑게 반응하며 글을 쓰려 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다른 펜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깃 펜과 잉크병은 자신들의 다툼 때문에 주인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깨달음의 순간
시간이 흘러 깃 펜은 점점 닳아 없어졌고, 잉크병의 잉크는 굳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깃 펜과 잉크병은 그제야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깃 펜은 후회하며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잉크병의 도움 없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오만이었어. 잉크병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잉크병 또한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 역시 깃 펜의 중요성을 간과했어. 깃 펜이 없었다면 내 잉크는 그저 검은 물에 불과했을 텐데…"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함께 협력하여 아름다운 글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들은 깊은 후회 속에 잠겼습니다.
이야기의 교훈
‘깃 펜과 잉크병’ 이야기는 창작의 과정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깃 펜과 잉크병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할 때, 더욱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공만 내세우고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자기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창작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깃 펜과 잉크병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협력의 가치와 겸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안데르센의 짧은 우화 ‘깃 펜과 잉크병’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신의 능력만을 과시하고 남을 깎아내리는 어리석음, 그리고 협력의 중요성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깃 펜과 잉크병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겸손과 협력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더 나아가 함께 성장하는 삶의 지혜를 일깨워줍니다. 앞으로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협력하여 더욱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