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 공간과 감정

김애란 작가가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로 돌아왔습니다. 2022년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좋은 이웃」과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홈 파티」를 포함하여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김애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만큼, 사회적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감정의 입자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안녕이라 그랬어』에 담긴 이야기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함께 되짚어보려 합니다.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줄거리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인물과 배경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 「노찬성과 에반」: 계약직으로 일하는 노찬성은 길에서 우연히 강아지 에반을 줍게 됩니다. 에반을 통해 삶의 작은 위안을 얻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불안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해외여행 중 실종된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의 흔적을 쫓으며 그녀는 상실감과 그리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 「침묵의 미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가상 세계에서 관계를 맺지만, 현실과의 괴리감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건너편」: 재개발을 앞둔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익숙했던 공간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은 상실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 「좋은 이웃」: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불만이 쌓여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 「홈 파티」: 주인공은 친구 부부의 홈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합니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 뒤에 숨겨진 불안과 위태로움을 감지하며, 관계의 허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 「안녕이라 그랬어」: 지방 도시에서 상경하여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고된 노동과 불안정한 삶 속에서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좌절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독, 소통 부재, 상실감 등 공통된 주제를 관통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김애란 소설의 특징: 공간, 감정,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

김애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내는 능력입니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재개발 지역, 층간소음 아파트, 온라인 게임 속 가상 세계 등 다양한 공간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공감의 메시지

『안녕이라 그랬어』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소통 부재, 계층 갈등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의 고뇌와 아픔에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마무리하며

『안녕이라 그랬어』는 김애란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사회적 공간 속 감정의 입자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 깊이 있는 주제 의식, 그리고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메시지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