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 –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는 잃어버린 목소리와 함께 삶의 방향을 잃은 성우 손열매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의 고향, 완주에서 여름을 보내며 겪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박정민 배우의 무제 출판사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으로,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쓰여 대사와 지문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독특한 문체가 돋보입니다.

사라진 선배를 찾아 떠난 완주에서 만난 사람들

잘나가는 성우였던 손열매는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를 잃고 일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돈을 빌려준 선배 고수미마저 연락이 끊기자, 그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향합니다. 완주에 도착한 열매는 수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합동 장의사 겸 매점에 머물게 되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수미 어머니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인물로, 열매를 살뜰히 챙기며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매점을 찾는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외계인 같은 청년 ‘어저귀’ 강동경은 예측 불허의 행동으로 열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춤을 사랑하는 중학생 한양미는 슬픈 이야기는 질색이라며 밝은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배우 정애라는 늙은 개 샤넬과 함께 완주에 정착하여 소소한 행복을 찾아 살아갑니다.

열매는 이들과 함께 매점을 지키며 완주에서의 여름을 보내면서 잊고 지냈던 삶의 의미를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갑니다.

듣는 소설: 새로운 감각으로 만나는 문학

"첫 여름, 완주"는 ‘듣는 소설’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쓰여진 만큼, 생생한 대화와 묘사가 돋보입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염두에 둔 만큼, 소리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완주라는 공간이 주는 위로와 치유

소설의 배경인 완주는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곳입니다. 작가는 완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합니다. 열매는 완주에서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며 잊고 지냈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완주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열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

김금희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의 소외된 계층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첫 여름, 완주"에서도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 안으며, 그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마무리하며

"첫 여름, 완주"는 상처 입은 영혼들이 완주라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