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칠종칠금 – 맹획의 마음을 얻어 남만을 안정시킴.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며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준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입니다. 단순한 무력 진압이 아닌 맹획의 마음을 얻어 남만 전체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제갈량의 깊은 통찰력과 뛰어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글에서는 칠종칠금의 상세한 줄거리를 따라가며 제갈량의 리더십과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남만 정벌의 시작: 이유와 배경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위나라 정벌을 위한 북벌을 준비하면서 남쪽의 남만족이 후방을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남만은 지리적으로 험준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부족들이 할거하고 있어 무력으로 제압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남만을 평정하지 않고 북벌을 감행할 경우, 후방의 불안정으로 인해 북벌에 실패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북벌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남만 정벌을 결정하게 됩니다.
맹획과의 첫 번째 만남과 첫 번째 놓아줌

제갈량은 직접 남만 정벌에 나서며 남만의 왕 맹획과 처음으로 맞붙게 됩니다. 뛰어난 지략으로 무장한 제갈량은 맹획을 쉽게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맹획을 죽이거나 가두는 대신, 촉군의 위용을 직접 보여주고 남만의 풍습과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맹획에게 “승상의 군대가 과연 강하긴 하오. 하지만, 이것은 속임수에 불과하오. 진정으로 내 마음을 얻은 것이 아니니 나는 항복할 수 없소!” 라는 말을 듣고 맹획을 풀어주며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항복을 받아내고자 했습니다.
잇따른 전투와 포획, 그리고 놓아줌의 반복

맹획은 풀려난 후 다시 군사를 모아 제갈량에게 도전했지만, 제갈량의 뛰어난 전략과 전술 앞에 연이어 패배하고 사로잡히는 신세가 됩니다. 두 번째 전투에서는 독룡동에서 매복에 걸려 포획되었고, 세 번째 전투에서는 제갈량의 계략에 빠져 동굴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 전투에서는 제갈량의 거짓 패배 유도에 속아 넘어갔고, 다섯 번째 전투에서는 독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병사들을 구하려다 붙잡혔습니다. 여섯 번째 전투에서는 제갈량의 화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포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맹획은 "나는 당신의 군사적 속임수에 졌을 뿐, 진심으로 당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오!"라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이러한 맹획의 자존심을 이해하고, 맹획이 진정으로 승복할 때까지 그를 계속해서 놓아주었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진정한 항복과 남만의 평화

일곱 번째 전투에서 맹획은 자신의 동생인 맹우에게 배신당해 제갈량에게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한 맹획은 비로소 제갈량의 인품과 능력에 감복하여 진심으로 항복을 결심합니다. 맹획은 제갈량에게 무릎 꿇고 맹세했습니다. "승상, 이제야 진심으로 당신께 굴복합니다. 다시는 반역하지 않겠습니다."
맹획의 항복은 단순히 한 명의 적장을 굴복시킨 것이 아닌, 남만 전체의 평화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갈량은 맹획을 남만왕으로 복귀시켜 남만을 다스리게 하고, 남만족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자치를 허용했습니다. 맹획은 제갈량의 은혜에 감격하여 이후 촉한에 충성을 다하며 남만을 안정적으로 다스렸습니다.
칠종칠금이 주는 교훈
칠종칠금 고사는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입니다. 제갈량은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인내심과 포용력, 그리고 뛰어난 지략은 남만을 안정시키고, 촉한의 북벌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칠종칠금 고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줍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 그리고 리더십의 핵심은 강압적인 힘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신뢰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제갈량의 지혜를 본받아 우리 모두가 더욱 성숙하고 지혜로운 리더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