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마속의 가정 전투 – 제갈량의 경고를 어겨 대패.
삼국지 연의에서 가장 안타까운 패배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속의 가정 전투일 것입니다. 촉한의 명운을 짊어진 제갈량의 북벌을 좌절시킨 이 전투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경험 부족과 오만함으로 인해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마속의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북벌의 시작과 마속의 천거

제갈량은 숙원이었던 위나라 정벌을 위해 북벌을 감행합니다. 1차 북벌을 앞두고, 제갈량은 누구에게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의 수비를 맡길지 고민에 빠집니다. 이때 마속이 자원하여 가정의 수비를 맡겠다고 나섭니다. 마속은 평소 병법에 밝았고, 제갈량과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자주 나누었기에 제갈량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비는 생전에 제갈량에게 "마속은 말재주는 뛰어나나 실전에 능하지 못하니 중용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었습니다. 제갈량은 유비의 유언이 마음에 걸렸지만, 마속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뛰어난 언변에 결국 가정을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왕평에게 마속을 보좌하게 하고, 산 아래 요충지에 진을 치라고 신신당부하며 구체적인 방어 전략을 지시합니다.
마속의 오판: 산 위에 진을 치다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왕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을 고집하며 산 위에 진을 치기로 결정합니다. 왕평은 산 아래에 진을 쳐야 물자를 보급받기 쉽고, 위나라 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용이하다고 간언했습니다. 그러나 마속은 산 위에 진을 치면 아래를 내려다보며 적을 제압하기 쉽고, 병법에도 "높은 곳에서 아래를 치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주장하며 왕평의 의견을 묵살합니다. 왕평은 마속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직접 군사 일부를 이끌고 산 아래에 진을 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합니다.
장합의 공격과 촉군의 고립

마속의 예상과는 달리, 위나라의 명장 장합은 촉군이 산 위에 진을 친 것을 간파하고 즉시 산을 포위합니다. 장합은 산 아래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여 촉군의 물자 보급로를 끊어버립니다. 산 위에 고립된 촉군은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사기가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마속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급하게 군사를 이끌고 산에서 내려와 장합의 포위망을 뚫으려 했지만, 지친 병사들은 장합의 정예병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집니다.
왕평의 분전과 패잔병 수습

산 아래에 진을 치고 있던 왕평은 마속의 패배 소식을 듣고 급히 군사를 이끌고 마속을 구원하려 합니다. 왕평은 장합의 군대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며 시간을 벌었고, 마속은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왕평은 패잔병들을 수습하여 한중으로 퇴각하며 촉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제갈량의 눈물과 마속의 처형

가정 전투의 패배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가정은 북벌의 중요한 거점이었고, 그곳을 잃음으로써 북벌 계획 자체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죄를 다스리기로 결심합니다. 비록 마속을 아끼고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지만, 군율을 어기고 나라에 큰 손실을 끼친 죄를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마속은 군율에 따라 처형됩니다. 제갈량은 마속을 처형한 후에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애통해했다고 전해집니다.
가정 전투의 교훈
가정 전투는 개인의 오판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속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경험 부족과 오만함으로 인해 제갈량의 경고를 무시하고, 왕평의 간언을 묵살했습니다. 그의 잘못된 판단은 촉군의 패배로 이어졌고, 제갈량의 북벌 계획을 좌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가정 전투는 리더의 자질, 경험의 중요성, 그리고 겸손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사건입니다.
마무리하며, 가정 전투는 삼국지 속 수많은 전투 중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마속의 비극적인 최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교훈을 주며,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과 결과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