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 민주주의, 그리고 정의: ‘돌봄의 정치학’을 읽고
‘돌봄’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 저출산 시대, 그리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돌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죠. 하지만 단순히 복지의 한 영역으로 치부되거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돌봄을 민주주의와 정의의 문제로 재조명하는 책이 바로 ‘돌봄의 정치학’입니다.
이 책은 김주형, 남재욱, 서현수, 신영전 네 명의 저자가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돌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돌봄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의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돌봄 위기와 정치의 부재
책은 돌봄 위기가 단순한 복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돌봄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참여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젠더와 계층에 따라 돌봄 부담이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여성과 저소득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돌봄을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돌봄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주장은 ‘돌봄 시민의회’와 같은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집니다.
복지국가의 한계와 돌봄
복지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데 기여했지만, 돌봄 영역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복지국가는 생산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돌봄 서비스를 시장에 맡기거나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아, 돌봄의 질 저하와 불평등 심화라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돌봄의 정치학’은 복지국가가 돌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생산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건강정치학적 관점에서 본 돌봄
건강정치학은 건강을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건강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하는 학문입니다. 신영전 저자는 건강정치학적 관점에서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돌봄은 단순히 질병 치료나 노인 부양을 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괄적인 활동이라는 것이죠.
돌봄은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돌봄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저자는 돌봄의 민주적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 사회의 돌봄 정책 개선을 촉구합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시사점
북유럽 복지국가는 돌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서현수 저자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험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합니다. 북유럽은 공공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돌봄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여 민주적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북유럽 역시 돌봄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 이민자 증가 등으로 인해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돌봄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각합니다. 저자는 북유럽의 사례를 통해 돌봄 위기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한국 사회에 맞는 돌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돌봄, 복지, 민주주의: 대담
책의 마지막 장에는 김희강과 김주형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두 사람은 돌봄, 복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며, 돌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돌봄은 단순히 복지의 일부가 아니라, 정의와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두 사람은 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 사회의 돌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합니다. 특히 ‘돌봄 시민의회’와 같은 민주적인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마무리하며
‘돌봄의 정치학’은 돌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의제화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책입니다. 돌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돌봄의 민주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돌봄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돌봄의 정치학’을 통해 돌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