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경계, 꿈 : 조선족 이주자의 떠남과 머묾, 교차하는 열망에 관하여 – 권준희 지음

이주, 경계, 꿈: 코리안 드림의 명암과 조선족 이주민의 삶을 탐구하다
권준희 저, 고미연 역의 "이주, 경계, 꿈"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이주민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인류학 연구서입니다. 단순히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이주 현상을 넘어, 그들의 몸, 돈, 시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민족, 국적, 계급, 젠더가 복잡하게 얽힌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코리안 드림의 부상과 그림자
책은 먼저 조선족 사회가 처한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짚어보며 코리안 드림이 어떻게 부상하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한국은 민족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많은 조선족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행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낯선 환경, 언어 장벽, 문화 차이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의 냉대와 차별은 이주민들을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냉대 또는 환대하는 조국’이라는 표현으로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민족적 동질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들을 ‘타자’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태도는 이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불안정한 꿈과 기다림의 노동
본격적으로 책은 조선족 이주민들의 삶을 몸, 돈, 시간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한국에서 이들은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립니다. 몸은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돈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차별적인 임금 구조 속에서 쉽게 모이지 않습니다. 시간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보내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특히 저자는 ‘기다림의 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주민들의 고립감과 소외감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지만, 현실은 그들의 꿈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이주민들의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새로운 꿈과 이주의 고리
코리안 드림이 희미해져 가는 상황 속에서, 조선족 이주민들은 새로운 꿈을 찾기 시작합니다. 일부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일부는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합니다. 저자는 이들이 이주를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주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저자는 이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이주민들의 자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주, 경계, 꿈"은 코리안 드림이라는 허상을 좇아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이주민들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책입니다. 민족, 국적, 계급, 젠더가 복잡하게 얽힌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주민들의 인권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촉구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인류학 연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