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킬 벰베의 "죽음정치":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가
아킬 벰베의 "죽음정치"는 미셸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을 확장하여 근대 주권 권력이 어떻게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며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책입니다. 2025년 동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김은주, 강서진 두 명의 번역가가 함께 번역했습니다. 이 책은 식민주의와 인종주의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배제의 구조를 해부하고, 프란츠 파농과 에두아르 글리상 같은 탈식민주의 사상가들의 통찰을 빌려 새로운 윤리와 정치적 대안을 모색합니다.
"죽음정치"의 핵심 내용
벰베는 생명정치가 인구를 관리하고 생명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죽음정치는 특정한 인구를 죽음에 노출시키거나 죽음을 통해 통치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죽음뿐만 아니라 사회적 죽음,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삶의 의미를 앗아가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포함합니다.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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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민주주의로부터의 이탈: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에게는 민주주의의 약속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벰베는 민주주의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이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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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증오의 사회: 증오가 사회적 관계를 파괴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특히 인종주의, 혐오, 외국인 혐오증과 같은 증오의 형태가 어떻게 특정 집단을 ‘죽어 마땅한’ 존재로 규정하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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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죽음정치: 책의 핵심 개념인 죽음정치를 심층적으로 논하며, 식민주의, 인종주의, 전쟁 등 다양한 맥락에서 죽음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배치되고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벰베는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와 아프리카의 상황을 예시로 들어 죽음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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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파농의 약국: 탈식민주의 사상가 프란츠 파농의 사상을 재해석하며, 식민주의의 폭력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파농의 저작들은 식민지 경험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저항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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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숨 막히는 한낮: 현대 사회의 다양한 폭력적인 상황들을 분석하며, 이러한 폭력들이 어떻게 죽음정치와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벰베는 경찰의 폭력, 환경 파괴, 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특정한 인구를 죽음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마무리하며
"죽음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윤리적, 정치적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책입니다. 벰베는 우리 모두가 ‘통행자’로서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며,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이론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을 요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