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 ‘복잡계와 의학’이 던지는 통찰
인류는 끊임없이 질병과의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며 mRNA 백신과 같은 유전자 수준의 치료법이 전격적으로 도입되는 등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찬반 논란과 예상치 못한 합병증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인이 명확한 감염병 분야에서는 의학적 진보가 계속될 것이 분명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원인 불명의 질환들은 ‘대체요법’이라는 모호한 영역에 머물러 있거나, 질병의 예방조차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린 제임스 알렉산더 교수의 저서 『복잡계와 의학 (진료대기실에 있는 코끼리)』은 우리 의학 연구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기존 의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복잡계 개념’을 의학 연구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유전자 치료 시대,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의학의 숙제
mRNA 백신의 대규모 도입은 유전자 수준 치료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이는 생명공학과 농수산업 분야에서 유전자 조작 기술이 꾸준히 진보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원인이 명확한 질병에 대한 이러한 발전과는 별개로, 여전히 수많은 질환들이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대 의학이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들의 긴 목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알렉산더 교수는 이 실패가 질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조사하기 위한 도구로서 ‘복잡성 이론’을 사용하기를 꺼려 온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진료대기실에 있는 코끼리’처럼, 너무나 명백하지만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문제와 같습니다.
복잡계 이론,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그렇다면 ‘복잡계 이론’이란 무엇일까요? 경제학, 기상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복잡성 과학은 개별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결과가 의존하며, 구성 요소 개별 검사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동적인 네트워킹 시스템의 연구를 포함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몸의 조직과 장기는 단순한 시스템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복잡성 개념은 의학적 사고에 무시할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 책은 복잡성 과학이 임상 의학의 일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단순한 환원주의적 접근을 넘어, 질병을 다면적이고 상호 연결된 시스템의 결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선형을 넘어선 비선형적 사고: ‘메이의 방정식’과 카오스 이론
책의 첫 번째 섹션에서 저자는 현대 의학의 과학적 방법이 선형 문제와 테스트에는 적합하지만, 생체 내의 복잡한 비선형 시스템에서는 부적절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우리 몸의 많은 생리적 과정은 단순한 원인-결과의 선형 관계가 아닌, 복잡한 상호작용과 되먹임 고리로 이루어진 비선형적 특성을 가집니다. 저자는 복잡계 연구자들에게 익숙한 복잡한 방정식이나 그래프 대신, ‘메이의 방정식’ 하나만을 제시하며 복잡계의 기본 원리를 소개합니다. 이는 복잡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배려입니다. 이 섹션에서는 카오스 이론과 자기 조절 동적 시스템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복잡한 질병에 대한 가설을 개발하기 위한 ‘복잡성 기반 검색 모델’을 제안합니다. 이는 기존의 통계학적 평가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호 가설’: 미해결 질환의 실마리를 찾다
책의 두 번째 섹션은 저자의 독창적인 연구 모델인 ‘사용하지 않은 호(unused arc) 가설’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저자는 골다공증, 특발성 골관절염, 파젯병, 척추 질환, 천식, 정맥류 등 다양한 미해결 질환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비교동물학적 개념을 도입합니다. 특히 인간과 유사한 침팬지의 관절운동범위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공식화합니다. 30~40년을 장기 추시해야 하는 골관절염과 같은 질환에 대해 이 모델은 기존 접근 방식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사용하지 않은 호 가설’은 단순히 골관절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천식 및 하지정맥류와 같은 다른 시스템의 장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질병의 원인을 찾는 데 있어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연역적 환원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학제를 넘어선 귀납적 연구 방법론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왜 우리는 ‘진료대기실의 코끼리’를 외면했을까?
의학계에서 복잡성 이론은 마치 ‘진료대기실에 있는 코끼리’와 같습니다. 너무나 거대하고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오랫동안 외면되어 온 개념인 것입니다. 저자는 의학이 이러한 복잡성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수많은 난치의 질병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책의 서두에 인용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저자의 연구 여정을 상징합니다. 저자는 기존의 연역적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학제 간 경계를 허무는 귀납적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마치 2006년 수학자 페렐만이 ‘푸엥카레의 추측’을 수학적 방법이 아닌 물리학적 방법으로 해결했듯이, 저자 또한 의학이라는 학제를 넘어 비교동물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난치병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 발견에 있어 고정관념을 깨는 용기와 유연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마무리하며
『복잡계와 의학』은 현대 의학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된 한계와 미해결 과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이 책은 유전자 수준 치료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의학의 본질적 질문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복잡성 과학의 렌즈를 통해 질병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개별 장기나 증상이 아닌, 전신 시스템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질병의 진정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콜린 제임스 알렉산더 교수가 제시하는 ‘복잡계와 의학’의 통합적 접근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 의학 연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진료대기실에 있는 코끼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용기 있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