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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기억상실증 – 임태훈 지음

쓰레기 기억상실증

쓰레기 기억상실증

쓰레기 기억상실증

‘쓰레기 기억상실증’ 임태훈 지음: 버려진 것들이 고발하는 한국 사회의 망각 인프라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기억하는가? 임태훈 작가의 신작 『쓰레기 기억상실증』은 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국 사회의 은밀한 이면을 들여다본다. 2025년 역사공간에서 출간될 이 책은 난지도, 살처분, 고독사, 쓰레기 풍선 등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폐기해 온 것들의 궤적을 쫓아 ‘망각의 인프라’를 해부한다. 버려진 것들과 함께 지워진 기억과 책임을 문학으로 복원하며, 무엇을 쓰레기로 규정하고 폐기할 것인가의 선택이 민주주의의 존립을 가르는 정치적 문제임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들, ‘쓰레기 기억상실증’

책은 ‘우리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쓰레기 기억상실증’은 물리적 쓰레기뿐만 아니라, 사회가 외면하고 잊어버린 사건, 존재, 책임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임태훈 작가는 이러한 집단적 망각에 맞서 문학을 ‘대항 기억’의 도구로 제시한다. 문학은 역사와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삶의 결을 통해 버려진 것들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우리가 잊고 싶었던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작가는 망각의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색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과 희생자들을 기억의 장으로 소환한다.

난지도,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그림자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이 책의 중요한 상징이자 출발점이다. 서울 시민의 모든 쓰레기를 받아내던 거대한 쓰레기 산은 이제 평화로운 공원이 되었다. 그러나 책은 그 변화 이면에 숨겨진 기억들을 파헤친다. 난지도는 도시 발전과 소비주의가 낳은 그림자이며, 63빌딩과의 대비를 통해 한국 사회의 압축적 성장이 감춰온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난지도가 ‘가리키는 미래’는 과거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기억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준엄한 경고이다.

쓰레기 처리 제도, 소비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다

쓰레기 처리 제도의 변화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외면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반투명 종량제 봉투의 제도화 과정’은 흥미롭다. 투명 봉투에서 반투명으로 바뀐 과정은 개인 프라이버시 존중이라는 명목 아래 쓰레기 내용물을 흐릿하게 만들었고, 우리가 버리는 것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둔감하게 만들었다. 쓰레기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며 그 생산의 사회적 책임과 기억은 희미해지는 것이다. 소비 대중은 점차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소외되고, 쓰레기는 개인의 영역으로 밀봉된다.

살처분과 고독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외침

책은 ‘살처분’이라는 행위에서 버려진 존재들에 대한 사유를 확장한다. 가축 살처분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효율성 뒤에 가려진 생명의 대량 폐기이자 기억의 말살이다. 이는 ‘죽은 자의 빈집’에서 이루어지는 ‘특수청소’ 과정과 연결된다. 고독사 현장의 특수청소는 망자의 흔적을 지우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 망각된 존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책임의 소멸을 의미한다. 저자는 ‘저장 공존자의 생활 우주’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쓰레기’와 달리 개인에게 소중한 기억인 것들이 어떻게 버려지고 지워지는지 제시하며, 무엇이 ‘정상’이고 ‘쓰레기’인가에 대한 판단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하수도, 도시의 숨겨진 기억 저장소

책은 도시의 가장 낮은 곳, ‘하수도’를 통해 버려진 것들의 궤적을 추적한다. 하수도는 도시의 배면을 은밀히 기억하는 장소이자,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이 흘러 들어가는 망각 인프라의 최종 종착지다. 깨끗한 도시 이면에 얽힌 하수 시스템은 우리가 의식 못 하는 사이 수많은 것들을 씻어 내고 흘려보내며, 도시의 기억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 버려지고 사라지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마무리하며: 쓰레기 풍선이 띄우는 질문

『쓰레기 기억상실증』은 닫는 글에서 최근 논란이 된 ‘쓰레기 풍선’을 언급하며, 버려진 것들이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순환의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이 책은 무엇을 쓰레기로 규정하고 폐기하는가의 선택이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 윤리,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치적 행위임을 역설한다. 임태훈 작가는 버려진 것들의 궤적을 따라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기억들을 복원하고,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 소비를 넘어 사회 전체의 망각 시스템을 성찰하고, 망각된 것들을 기억하려는 용기 있는 시도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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