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얽힌 생명의 역사 – 전방욱 지음: 유전자 너머, 지구와 생명의 춤
우리는 생명을 흔히 유전자라는 설계도에 따라 움직이는 개별 존재로 이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전방욱 교수가 지은 신작 얽힌 생명의 역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 생명을 우주적 흐름과 지구 전체가 빚어낸 거대한 관계망 속에서 재해석하는 혁명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2025년 책과바람에서 출간될 이 책은 빅 스케일부터 마이크로 스케일까지, 생명의 기원부터 인류세의 현재까지를 아우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유전자 중심의 설명을 넘어 환경과 공생, 상호작용이 만들어온 생명의 구조를 살피며 기후 위기와 인류세의 시대에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조건을 성찰하게 합니다.
생명의 기원, 우주의 서사시
이 책은 생명의 시작을 우주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파헤칩니다. 1장 생명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는 빅뱅 이후 원소들이 탄생하고, 지구가 형성되며 물이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서술합니다.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 아닌, “흐름이 만든 코스모스”라는 시각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이 생명 탄생의 필연적 조건이었음을 역설합니다. 또한 “지구 밖 생명 찾기”를 통해 생명 현상이 보편적일 가능성까지 탐색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2장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가에서는 유명한 파스퇴르의 두 플라스크 실험을 통해 생명 자연 발생설의 허구성을 밝히고, 현대 과학이 밝혀낸 생명의 요람, 즉 깊은 바닷속 열수구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이 원시 생명체를 잉태한 가능성을 면밀히 탐구합니다. 이어서 3장 무엇이 생명을 만들어냈는가에서는 생명의 필수 구성 요소들을 상세히 해부합니다. 물이 어떻게 생명을 끌어내는 지휘자 역할을 했는지, 단백질이 어떻게 생명의 연주자가 되었는지, 핵산(DNA와 RNA)이 어떻게 생명의 악보를 기록했는지, 그리고 지질이 어떻게 세포라는 경계를 만들며 분리와 소통의 막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특히 RNA가 원시세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능력자였음을 강조하며 생명의 초기 역사를 재구성합니다.
세포의 모험과 거대한 공생의 시작
생명이 단순한 물질에서 출발해 복잡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은 4장 세포의 모험에서 펼쳐집니다. 이 장에서는 생명의 세 영역(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이 어떻게 분화되었는지를 다루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원시 세포 속으로 들어와 공생하며 진핵세포가 탄생했다는 혁명적인 “세포내 공생설”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또한 초기 생명체가 지구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예: 산소 혁명), 그리고 마침내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며 생명의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5장 공생하는 종들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초점을 맞춥니다. 박테리아가 어떻게 생물막을 형성하고 다른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는지, 개미 군체나 산호초와 같은 “초유기체” 개념을 통해 개체를 넘어선 생명의 통합성을 보여줍니다. 식물 뿌리와 미생물의 공생은 지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관계망으로 제시됩니다.
인체와 지구, 얽힘의 파노라마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6장 박테리아와 인체가 만날 때입니다. 이 장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과 공생하는 “초유기체”임을 강조합니다. 팬더가 대나무를 소화할 수 있게 된 박테리아의 역할을 통해 인체와 마이크로바이옴의 뗄 수 없는 관계를 설명하며, “박테리아 세계 속 동물 유기체의 정의”를 재정립합니다.
7장 얽힌 둑은 생명에 대한 기존의 주류 관념, 특히 유전자 중심설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환경의 힘과 개체와 환경, 그리고 미생물 간의 “경계 없는 몸” 개념을 제시합니다. 공생 발생 이론(Symbiogenesis)을 통해 신다윈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생명이란 근본적으로 얽히고설킨 관계적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이 장은 독자들이 생명과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가이아 시스템: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
마지막으로 8장 지구 생명체를 낯설게 보기에서는 이러한 얽힘의 관점을 지구 전체로 확장합니다. 지구를 단순히 생명체가 살아가는 무대가 아닌,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조절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즉 “가이아 시스템”으로 바라봅니다. “가이아의 재발견”과 “얽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지구 생명체의 일부로서 어떻게 이 복잡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기후 위기와 인류세 시대에, 이 책은 우리가 지구와 함께 지속 가능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심도 있게 탐색합니다.
마무리하며
얽힌 생명의 역사는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방욱 교수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을 뒤흔들고, 생명을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공생하며 진화하는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이해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주적 시야에서 미시적 세계까지,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깨닫고, 인류세 시대에 우리와 지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깊은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서 어떻게 ‘얽혀’ 있으며, 앞으로 어떤 ‘얽힘’을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분명 21세기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