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 분쟁 세계사 – 아라마키 도요시 지음

지도로 읽는 분쟁 세계사: 갈등의 씨앗을 찾아서
아라마키 도요시의 『지도로 읽는 분쟁 세계사』는 단순한 역사 나열을 넘어, 지리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결합하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책이다. 바다출판사에서 2025년 출간된 이 책은 ‘단일민족, 단일국가’라는 이상이 낳은 내셔널리즘, 가치관의 충돌 등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세계내전’ 시대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세계대전에서 세계내전으로: 분쟁의 패러다임 변화
저자는 기존의 국가 간 전쟁, 즉 ‘세계대전’에서 국가 내부의 갈등이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되는 ‘세계내전’으로 분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진단한다. 이는 주권국가 체제의 성립, 대서양 혁명과 내셔널리즘의 등장, 제국주의와 식민지 해체 등 역사적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단일민족, 단일국가’라는 국민국가의 이상은 필연적으로 소수 민족, 소수 집단의 배제를 낳았고, 이는 끊임없는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또한, 냉전 종식 이후 가치의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내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식민지 독립의 빛과 그림자: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갈등
책은 식민지 독립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분쟁 사례를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콩고 동란, 비아프라 전쟁, 앙골라 내전 등 민족, 종교, 자원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인위적인 국경선은 부족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의 남부 분쟁, 필리핀의 민다나오 분쟁,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카슈미르 분쟁, 스리랑카 내전 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쟁들은 식민 지배의 잔재, 민족 갈등, 종교적 대립, 정치적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국 해체의 여파: 유럽과 유라시아의 분쟁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소비에트 연방, 오스만 제국 등 거대 제국의 붕괴는 수많은 민족, 국가 간의 갈등을 촉발했다.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보스니아 내전, 코소보 분쟁 등은 민족 청소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이후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체첸 분쟁 등 민족, 종교, 영토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갈등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오스만 제국의 붕괴는 쿠르드족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 지역의 복잡한 갈등 구조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 인식의 분쟁: 유럽의 과거사 청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각국은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을 겪었다. 발트 3국은 소련의 점령을 ‘해방’으로 보느냐 ‘점령’으로 보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고, 오스트리아는 나치 잔재 청산의 미흡함, 희생자 내셔널리즘 등으로 비판받았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논쟁, 골드하겐 논쟁 등 과거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인식의 차이는 국가 간 관계는 물론, 사회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현대 사회의 갈등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갈등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구도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민주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색깔 혁명’과 같은 시민 운동이 확산되었지만, 동시에 권위주의 정권이 부활하거나 강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포퓰리즘의 등장, 배외주의 확산, 역사수정주의, 음모론 등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이러한 현상들은 사회 경제적 불평등 심화, 정보 기술 발달, 정치적 양극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마무리하며
『지도로 읽는 분쟁 세계사』는 지리적, 역사적 맥락을 통해 분쟁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지식 전달을 넘어,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 분쟁의 실타래를 풀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