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 – 유상철 지음

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 고통받는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꿈을 키우는 곳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일매일이 악몽이자 생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상철 작가의 신작 ‘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는 바로 이 후자의 삶에 주목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되어 온 ‘일터 괴롭힘’과 ‘업무상 스트레스’가 어떻게 한 사람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내모는지, 그 비극적인 과정을 면밀히 추적합니다. 이 책은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우리 사회와 조직이 외면해 온 책임은 무엇인지 날카롭게 질문합니다. 2025년 나름북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업무상 재해다: 비극의 본질을 밝히다
책은 ‘자살이 아니라 업무상 재해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으로 치부되던 많은 죽음들이 사실은 직장 내 구조적인 문제, 즉 ‘일터 괴롭힘’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임을 분명히 합니다. 저자는 유서, 증언, 의무기록, 조사 자료 등 방대한 자료를 교차 분석하여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와 제도의 문제임을 역설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자에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일터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자리: 일터 폭력과 통제의 그늘
1부 ‘거부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일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통제 사례들을 생생하게 다룹니다. 살고 싶었던 정신병동의 간호사가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두 번의 산재 불승인 끝에 숨진 용접사의 이야기는 제도적 허점을 보여줍니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 닫힌 문처럼 희망을 잃어가는 노동자, 숨죽인 채 구조 신호를 보내던 미화원, 인사권이라는 칼날 아래 복종을 강요당하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특히 ‘고졸 여사원’이라는 꼬리표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에 족쇄가 되는지 등, 보이지 않는 차별과 권력의 오남용이 어떻게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고발합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무너지는 자리: 견디다 쓰러지는 노동자의 비극
2부 ‘무너지는 자리’는 일터에서 고통을 견디다 결국 무너져 버리는 노동자들의 깊은 상처를 드러냅니다. 부실 채권과 과로에 시달리다 벼랑 끝에 선 노동자의 사례는 과도한 업무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또한 ‘괴롭힘을 화해라 부를 때’와 같은 장은 직장 내 괴롭힘이 얼마나 교묘하게 은폐되고 합리화되는지를 폭로하며, 시간에 갇혀 붕괴해 버린 노동자, 양심을 지키려다 침묵의 압박에 시달리는 이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욕설과 폭언이 일상인 시대를 건너야 했던 이들, 과도한 질책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질문을 던집니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상처 입은 자리: 성희롱, 차별, 혐오의 잔인함
3부 ‘상처 입은 자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차별, 혐오가 어떻게 노동자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기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전쟁, 대형마트 계산대 뒤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공포, 악성 민원으로 인한 극한 스트레스는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직장 내 괴물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고 횡포를 이어가는지, 노동조합 혐오가 스토킹 사건으로까지 번지는 현실, 그리고 편견과 차별이 일터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조명합니다. 이 부분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직시하게 합니다.
마무리하며
유상철 작가의 ‘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는 단순히 개별 사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일터 괴롭힘이라는 사회적 질병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던 고통이 사실은 사회와 조직의 무관심, 잘못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저자의 외침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감을 일깨웁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깊이 성찰하게 하는 필독서라 할 수 있습니다.

